동물같은 꽃 송보경의 전시를 간단하게 보여주는 대표 명제는 단연코 색이다. 색이 모여 면을 이루고 면들은 빠른 속도의 붓질을 통해 운동성을 부여받은 선으로 거침없이 공간을 나누고 합치기를 반복한다. 화면은 조화롭고 아릅답지만 고요하지 않다. 자연의 색을 취했고 자연의 꽃과 숲의 형상을 그렸으나 일반적인 꽃, 숲의 통념 즉 식물성이 주는 수동적, 수평적, 정적이라는 일반론을 깨버린다. 화면에 내리꽃듯 붉은 색은 던져졌고 줄기와 잎은 생존을 위해 꿈틀 된다. 이때 작가는 주로 짦은 선을 사용하여 빠른 반복으로 화면을 메꿔나간 듯 보인다. 붉은색 붓을 휘둘렸다가 다시 푸른 붓으로 바꾸는 송보경의 손과 호흡에는 긴장감이 열격하고 이는 화면에 고스란히 담긴다. 동물같은 꽃이다.
푸른 숲의 움직임은 꽃과는 다르다. 작가의 시선이 풀이 아닌 풀과 풀의 관계항, 풀과 풀 사이의 공간이 숲까지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풀을 그린 것이 아닌 그 풀의 생존 공간 즉 풀의 우주인 숲의 초상에 닿아있다. 뜨거운 생명성이 긴 잎을 가진 풀의 실존에서 전해진다. 꽃에 비해 길게 사용된 선은 머뭇거리거나 주저함이 없다.
단숨에 그려진 듯 보이는 일련의 시리즈 작품들은 또 다른 이면을 갖고 있다. 회화 표면 아래 수없이 쌓인 다른 붓질들은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회화의 골격을 이루며 견고하고 치열한 화면이었음을 증명해낸다. 선택전 시각으로 잡아낸 꽃과 숲의 실존을 삶의 굴레처럼 반복적으로 그러나 매번 다른 붓질로 견고하게 쌓아올렸다 그래서 송보경의 꽃과 숲은 고요하지 않고 치열하며 아름답지만 다소곳하지 않다. 멈춰서 반추하는 삶의 끝자락이 아닌 전쟁 같은 삶의 한복판에 서 있는 동물 같은 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은 부드럽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송보경의 작품이 거침없고 자유로운 것은 법을 부수려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지극한 감정 송보경의 정지한 마음은 더 큰 범주를 갖는다. 만다라(Mandala) 모든 법을 원만하게 갖추어 결함이 없는 것을 뜻하는 불교용어인 동시에 불화의 한 종류다. 송보경이 구현한 꽃과 숲, 추상회화와 실험들은 어쩌면 만다라를 향해 가는 수행의 모습일 수도 있다. 결함 없는 완성형의 만다라가 아닌 본질(Manda)이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서 변하는(La)과정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전개된 신앙형태를 통일하면서 단순히 다신교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어떤 원리로 통일되면서도 다양하게 전개되는 것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불화로써 만다라처럼 송보경의 회화에는 본질의 우주가 있고 변화하는 마음이 있으며 그것을 목격했지만 재단하지 않고 정직하게 표현했다.
때문에 송보경의 만다라에는 불같은 꽃이 있고 원시림 같은 숲이 있으며 얼음같이 단호한 붓질이 있고 원만한 화합의 공간이 있다. 지수화풍공; 모든 만물이 생겨나는 다섯가지 원소를 그림으로 풀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붉고 푸른 색들은 살아있는 원소를 상징하며 살아있기 때문에 경직되지 않고 유연한 곡선으로 리듬감을 갖는다. 또한 자연의 색 그대로지만 만물의 근본인 힘이 내재되어 있기에 적극적 운동성르 띤다. 그러나 각각의 다른 성질들은 서로 충돌하고 화합하기를 반복하며 실존의 무엇이 될 것이기 때문에 화면은 부드럽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송보경의 작품이 거침없고 자유로운 것은 법을 부수려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동양미학 김최은영) 클릭하세요.